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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테고리 없음 2020. 10. 10. 17:39

보이지 않는 여자들 : 편향된 데이터는 어떻게 세계의 절반을 지우는가



사피야 우노자 노블의 <구글은 어떻게 여성을 차별하는가?> 와 마찬가지로 많은 페미니스트들은 우리가 사는 세계가 성별 불균형의 메커니즘을 가지고 구조화되어 있다는 데 동의하고 있다. 캐럴라인 페레스가 제시한 ‘인비지블 우먼’의 개념은 노블이 가진 구글 검색엔진의 성편향적 세계관을 인식론적 측면에서 확장하고 있다. 즉 남성은 기본값이고, 여성은 예외 케이스로 취급해야 하는 세계의 작동 원리를 증명하는 것은 페미니즘의 과제였다. 페레스는 이 책에서 노동, 공공 서비스, 의료 등 다양한 측면에서 여성의 역할이 얼마나 축소되어 왔으며 여성이 어떻게 ‘자연스럽게’ 배제되었는지 설명하고 있다. 데이터와 합리성이 중요한 세계에서 여성은 의도적으로 배제되지 않는다. 결과론적으로 여성의 ‘예외적 위치’를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에 배제된 것이다.

이러한 작업의 가장 큰 맹점은 편향성을 증명하기 위해 주관성이 반영된 객관적 자료를 제시해야 한다는 데 있다. 그래서 많은 페미니스트 연구자들이 여성이 공공 서비스나 데이터마이닝에서 어떻게 배제되었는지 전지구적으로 증명된 통계가 없다는 데 동의하고 있다. 즉 어떤 방식으로든 수집된 ‘객관적’ 자료들은 편향성에 대한 기대값과 근사값만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많은 여성들의 경험적 구술이 이 불균형한 세계를 증명해낼 수 있지만, 문제는 어디까지나 경험적 세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는 최근 여성들이 배제된 인터넷 세계의 성폭력이 갖는 집단 공동체적 특성, 특히 호모소셜리티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이 연구는 언제 완료될지 아무도 모르지만, 일단 마무리 시기를 내년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 연구의 가장 큰 장벽은 모든 증거와 관찰 자료들이 개인화되고 파편화되어 있다는 것이다. 인터넷의 많은 언어들, 특히 성폭력의 가능성을 내포한 말들은 개인의 의견이자 성향으로 치부될 뿐 어떤 사회문화적 특성을 포착해내기 어렵다. 노블과 페레스의 책을 읽으면서 연구힌트를 얻어보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역시 이 남성화된, 잉여화된 언어에서 어떻게 유의미한 현상을 포착할 수 있는지는 아직 고민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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